[한경에세이] 겨울에 다가온 캠퍼스 '벽 허물기'

입력 2024-01-09 17:49   수정 2024-01-10 00:08

매년 2학기가 끝나고 겨울방학이 시작되면 학생들로 북적이던 대학 캠퍼스의 풍경에 갑작스레 고요함이 찾아온다. 다음 학년도 수업 준비와 연구에 전념하는 교수, 계절학기를 수강하는 소수의 학생, 그리고 학년도를 마무리하고 다음 학기 학생들을 맞이할 준비를 하는 교직원들이 학교에 남아 있다. 겨울이 올 때마다 대학 캠퍼스가 갑자기 춥게 느껴지는 이유다.

그런데 작년 1월, 대학에 30년 이상 재직하며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낯선 풍경이 펼쳐졌다. 2022년 12월에 교육부와 17개 시·도교육청 및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추진한 ‘방학 중 SW·AI 교육캠프’ 사업에 서울·경기권 최우수대학으로 우리 한성대가 선정됐다. 겨울방학 내내 초·중·고등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소프트웨어(SW)·인공지능(AI)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1600명 이상의 학생과 학부모가 학교에 다녀갔다.

정보기술(IT)을 전공한 교수님과 교사, 산업체 전문가, 대학생이 강사로 나선 SW·AI 교육에 많은 초·중·고 학생이 참가하면서 고요하던 한겨울의 대학 캠퍼스에 모처럼 활기가 넘쳤다. 학생과 학부모의 반응도 뜨거웠다. 짧은 기간임에도 학생 수준에 맞게 첨단 분야 교육을 실습으로 진행하면서 어렵게만 생각한 SW 프로그래밍과 AI가 가깝게 느껴지기 시작했다는 반응이었다. ‘방학 중 SW·AI 교육캠프’ 사업을 준비하면서 초·중·고 학생들이 얼마나 참가할까 걱정한 것은 기우에 불과했다.

요즘 대학마다 ‘벽 허물기’가 한창이다. 학과와 전공 통합이나 학생들의 자율적 전공 선택을 뒷받침하는 모집 단위 광역화는 물론 대학 간 통합 논의까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대학의 ‘벽 허물기’는 비단 대학 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산업구조가 빠르게 변화하면서 산업체와 함께 교육과정을 운영하거나 대학 밖 산업 현장에서 대학 교육이 이뤄지는 풍경은 이제 낯설지 않다.

경계 없는 대학 교육은 대학 학령기 학생을 넘어 초·중·고로 확산하고 있다. ‘방학 중 SW·AI 교육캠프’를 운영하면서 만난 초·중·고교 선생님과 시·도교육청 관계자들은 초·중등교육에서 첨단 분야 교육과 관련해 대학의 역할에 크게 기대하고 있었다. 대학의 고등교육과 초·중등교육 간 존재하는 단절적 교육과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학이 먼저 초·중·고교에 문을 열고 벽을 허물어야 한다.

이제 대학에서 이뤄지는 교육은 대학만의 교육, 대학생만을 위한 교육에만 국한할 수 없다. 겨울에 찾아온 활기찬 캠퍼스를 되새기며, 1년 내내 활력이 넘치는 새로운 대학 캠퍼스를 상상해본다. 어차피 땅 위에 영원한 성(城)은 없다. 과감하게 ‘벽 허물기’를 하는 대학만이 성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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